전교조의 유리 천장 by 부정변증법
유리천장은 원래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 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말이다. 겉 보기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는 것 같은데도 유독 여성 직장인들만 승진의 최상한선이 있는 현상이다. 여성의 승진을 무언가 가로막고 있는데, 그 장벽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도 유리천장이 있다. 교사의 60%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교감, 교장 중에 여성 비율은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이걸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이런 유리 천장을 분쇄해야 마땅할 전교조에서도 유리천장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의 몇몇 사례를 보자.
중학교에서 기술을 가르치는 김OO교사는 전교조 초창기 동료들이 해직되는 것을 보고 의협심이 발동해 후원회 활동을 시작하고, 합법화가 되자마자 가입하고 이후 세 학교를 이동하는 동안, 가는 학교마다 분회장을 하고, 가는 학교마다 학교운영위원으로 들어가는 열혈 활동가였다. 그런데 활동을 거듭하면 할수록 그는 의구심을 느껴야만 했다. 자신과 같은 열혈 활동가도 결국 어디선가 이미 결정되어 내려오는 사업, 투쟁을 단지 내려오는 지시에 따라 이행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마치 잡무를 하는게 아닐까 하는 회의감도 밀려왔다. 잡무가 결국 무엇인가?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해야 하는 일이 잡무다. 그는 지구장도, 심지어 지회장도 해보았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자신의 의사가 전교조의 정책으로 만들어진다고 느껴 본적이 없다. 전교조의 의사결정 기관에 대해서는 전국대의원대회, 상임집행위, 중앙집행위, 중앙위원회 등이 있다고 규약을 보아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 자신은 그런 단위에는 교묘하게 진입이 차단되어있다고 느껴졌다. 도대체 그 자리는 누가 차지한단 말인가? 전교조 초기부터 열심히 활동했던 자신도 결국은 학교 단위에서 서명이나 받고, 성과급 1/n 나누느라 복잡하게 계산이나 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전교조의 사업과 투쟁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듣기에는 전교조 내에 정파들이 있다고 햇다. 그러나 그는 그 정파들의 이름도 잘 몰랐다. 전교조에 정파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정파의 이름이 교찾사와 참실련이라는 것도 전교조가 아니라 조선일보를 보고 알았다. 공식적으로, 전교조의 이름으로 정파가 거론된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절망적으로 그는 전교조 게시판에 "교찾사는 대체 어디에 계시는 분들인가요?"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답변하지 않았다.
2년마다 한번씩 위원장이나 지부장 선거를 하면 그때마다 양 진영 후보가 나오고, 각 후보별 선거운동 본부가 세워진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저 후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후보로 나오게 되는지도 알 수 없다. 저 후보들이 위원장이나 지부장으로 당선된뒤 집행부를 구성할때 어떤 통로로 그 작업을 하는지, 자신도 집행부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지원할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베일로 싸여 있다.
이렇게 열혈 전교조 활동가 김선생은 지회장 이상으로는 결코 올라갈 수 없는 유리천장을 실감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교육민주화를 외치는 조직에서 가능한 이야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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