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두 종류의 교사가 있다. 일반 기업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듯, 학교에는 정교사와기간제 교사가 있다. 원래 기간제 교사는 교사가 일정기간 이상의 휴직, 휴가를 냈을 경우, 기타 유고시에 그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근무하는 임시교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1999년 명예퇴직 폭증으로 인한 초등교사 부족사태를 계기로 임시교사라는 명칭이 기간제교사로 바뀌면서, "임시"가 아닌 "정시"에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는 당시 특수한 상황으로 보아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교원수급이 안정되고, 초등교사조차 임용고시 경쟁률이 1:2를 넘어서게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기간제교사 제도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교사라는 위계서열상 상당히 고급(?)스러운 노동자들에게도 어김없이 정규직/비정규직 내부분할이 시작되었다. 배치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이를 악용해서 지역에 따라서는 신규채용 교사의 무려 84%가 기간제 교사인 곳도 있다. 즉 정규직 교사가 퇴임한 자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기간제 교사로 충원하는 것이다. 심지어 지역에 따라서는 공립학교까지 이런 일을 자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조상 공무원 정원을 감축하려 할 것이고, 따라서 신규교사 채용 규모도 축소되어, 그 차이는 고스란히 기간제 교사로 충원될 것이다.

기간제 교사의 문제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흡사하다. 우선 이들은 같은 노동을 하고도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 기간제교사의 봉급은 최고 14호봉이다. 즉 5년 이상의 경력은 그대로 삭감되는 것이다. 이는 2006년에 인권위의 지적을 받은 사항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임시교사이던 시절에는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서, 행정업무나 담임업무에서 어느정도 배제되었지만, 기간제교사가 되면서 차별없이 모든 업무를 동등하게 나누어서 보아야 한다. 물론 은행이나 다른 직장에 비해서는 차이가 크지 않지만 동일 노동에을 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기간제 교사는 노동조합에 가입할수도 없다. 교원노조법에 의해 정규직 교사만 전교조 조합원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전교조와 관련한 법규에는 정규직/기간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그리고 특별한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정규직 노동조합이 되고 만 것이다.

그 결과 학교의 기간제교사들은 교장, 교감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해서 가학적 쾌감을 느끼기 위한 가장 만만한 상대가 된다. 계약 기간을 주로 1년 단위로 하기 때문에, 또 계약할때마다 호봉을 다시 획정하기 때문에 교장, 교감에게 밉보이면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 교사의 경우,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 승진 욕심이 없는 교사라면 교장,교감이 뭘 어찌해볼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런데 기껏 온 평생을 발발기어 교감, 교장이 되었는데, 교사들에게 큰소리도 제대로 못쳐서야 지나간 청춘이 안타깝지 않겠는가? 그래서 기간제 교사들이 그들의 밥이된다. 어디 그 뿐이랴? 기간제 교사들은 종종 교장에게 뇌물도 바쳐야 한다. 추석이나 설에 다른 교사들은 그러려나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기간제 교사들은 양주가 되었든, 갈비가 되었든 가져다 바쳐야 한다. 심한 교장은 현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교의 그늘, 전교조가 애써 외면하는 곳, 그 사각에서 기간제 교사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자신의 운명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온갖 수모와 구박을 감내하며, 다른 교사들과 똑 같은 수업과 업무를 담당하면서, 더 적은 돈을 받고 있다. 그들에게 학생들에 대한 헌신과 끊임없는 자기 연찬을 기대할수 있을까? 그 피해는 과연 누구에게 갈까? 서로 경쟁해서 승리하지 못하면 목이 달아나는 상황으로 만들어 놓으면, 과연 참신한 혁신을 할까, 아니면 서로서로 실수하지 않기 경쟁으로 점점 퇴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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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큐라 2008/09/25 20:3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http://blog.naver.com/danieljo11/37322809

    예전에 쓴 글입니다. 기간제와 비교도 안 되는 일이 시간강사죠.

    • 일전에 진보신당의 한석호, 정태인 같은 분들이 왜 전교조는 학교내 비정규직에 대해 무관심하냐고 자꾸 따져 물었습니다. 할말이 없던 저는 "배가 불러서 그런가 봅니다."하고 얼버무렸습니다. 사실 전교조가 가장 욕 들어쳐먹어야 할 부분이 이 지점인데, 그 어떤 정파도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원장 선거에 전혀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2. 아큐라 2008/09/25 23:1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그 부분은 민노총 산하의 모든 사업장이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같은 사업장이 카스트화되면 일단 상층부는 편하거든요. 조직이라는 곳은 늘 '누군가는 해야하지만 누구도 안하려는 일'이란게 생기잖아요. 전교조든 어디든,배가 고프거나 부르거나, 정규직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진정한 연대를 이룬다는 것은 '동물행동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보면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요. ^^ 제 말이 약간 냉소적으로 비췰지도 모르지만, 솔직한 제 입장은 동물행동학과 유가사상(맹자의 사단 중 시비지심)의 중간정도 입니다. 좀 왔다갔다 해요. -_-'

    참 며칠 전부터 고민하던 건데요. 제가 책을 준비중인데 초고가 반은 마련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걸 까줄 사람이 없어요...

  3. 아큐라 2008/09/26 15:2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놀이의 생태학>이라는 이론서입니다. ^^;

  4. 라이히 2008/12/06 17:3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나,지금 기간제 교사인디...치부라기 보다는, 어떻게 좀 해서 한 두어달이라도 함 해보고 싶은데... 기간제 교사 입장에서 보면(초등), 비정규직 설움도 설움이지만, 명퇴하고 퇴직금 삼백씩 받으면서 기간제 자리 있으면 '동료'교감들에게 연락망 잘 때려서 일하는 분들이 더 미워요. 노노 갈등이랄까?..하하하.

    나안, 그냥 그 할매들이 미울 뿐이고,
    나안, 교장한테 상품권 준비하고 있꼬...ㅋㅋㅋ

    • 그 할배가 정말... 우리학교 교감도 광주인가 목포인가 죽 있다가 온 넘인데, 상당히 밝히더라고요. 서울에서 멀리 갈수록 점점 더 그런 모양입니다.

      한때 초등에서 교사 부족하다고 난리칠때, 명예퇴직해서 명퇴수당이야 뭐야 다 받아챙긴뒤 다시 기간제로 나와서 2중3중 월급 타먹거나, 경쟁률이 미달된 지역에 가서 다시 임용고시 붙어서 재취업하거나 하는(결국 호봉도 다 찾아먹고, 명퇴수당 수천만원만 챙긴) 사례도 적지 않았고.

      이런거 저런거 생각하면 교원평가니 성과급이니 하는거 왜 막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튼 학교에 있으면 참 더러운 생각 많이 하게 됩니다.

  5. 저희학교(중등-지방)는 기간제선생님들께 중요업무 안 드리는데...
    제 생각에 교사일중 80%가 담임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기간제 선생님들께는 책임소재 문제때문에 담임 잘 안드리거든요..
    다른 중요업무에서도 거의 제외되십니다.

    애들 상담하고, 경찰서 찾아가고, 밀린 업무 할때
    저희학교 기간제 선생님들 제일먼저 퇴근하십니다...ㅠㅠ
    (개인적 열정을 지니신 분들은 제외입니다.)

    예로써, 저희학교 학생부는 총 4명의 교사가 있으신데,
    두 분이 기간제(체육)이시라 부장선생님 제외 나머지 1명의 기획담당 교사분의 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왜 기간제 선생님들과 동일하게 업무를 나누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임소재 때문이라면 정교사만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을 늘이고 (매년받는 퇴직금 포기)
    14호봉 이상의 경력의 인정...(정교사와 동일하게)
    모든 업무 및 책임의 균등 분배.
    담임 배정. (담임하는것과 안하는것의 차이는.. 해보신 분들만 아실겁니다.)

    이것은 어떻습니까?

    제 생각에는 기간제 경력이 14이상 계속적으로 인정될수록, 학교에선 기간제 경력이 낮은 교사를 임용할 확률이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고, 흔히 초임교사들이 그렇듯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과 열정으로 무장했기 때문입니다.
    기간제 경력의 계속적 인정이 결국에는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학교가 기간제선생님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 같은 느낌의 글 때문에..
    조금 흥분하여 글을 적은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이 마음이 상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단지 윗글과 다른 생각을 가져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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